에피소드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드라마는 유치하고 오글거렸다. 그토록 한심한 사랑놀음이라니, 진심으로, 정신 붙들고 철들어야 할 인간들 뿐이었다. 제이슨은 한동안 시선을 빼앗던 멍청한 청춘 드라마가 끝나자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눈을 돌렸다. 그가 기댄 소파 아래에는 조그만 꼬마가 바닥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티비에 못박힌 채...
만약 전에 조사를 좀 해뒀더라면, 해결책을 생각해낼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지도 몰랐다. 단 한 번도 할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브루스의 일부는 여전히 이 모든 격리 어쩌고 하는게 그를 짜증 나게 하기 위해 특별히 계획된 플롯일 거라 생각했지만, 정석적인 자기중심적 사고라는 걸 알 만큼의 심리학 지식은 있었다. 달레샨 독감...
그 다음부터 그는 채널을 항상 열어두었다. 할이 언제 신호를 보내는지 기억해두었고, 브루스가 케이브에서 일하고 있을 때와 우연히 겹친다면, 뭐, 잘된 일이었다. 그를 위해 일정을 바꿀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할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모니터에 붙어있다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할 역시 브루스가 곁에 없을 때 다른 소일거리를 찾는 게 그리 어려워...
그는 사흘간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지만, 보안 채널에 띵 소리가 들렸을 때는 - 고작 금속음이 그토록 거슬리는 건 어째선지 할 조던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 새벽 세 시쯤이었다. 브루스는 올려다보지 않은 채 모니터의 스위치를 켰다. "무슨 일이지." 그는 말했다. "그래, 나도 반가워." 할이 말했다. "격리에서 풀려나 돌아오는 길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
로페즈 판사의 집무실에서의 짧은 악수가 흙투성이 오두막에 밤새 갇혀있는 것 보다 시간이 덜 걸리긴 했지만, 나은 점이라곤 그게 다였다. 할은 교장실에 불려간 4학년처럼 굴며 그에게 가능한 한 창피를 줌으로써 이 모든 걸 더욱 괴롭게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발장난을 치고, 바닥만 쳐다보며, 브루스가 그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는 게 아닌 것 처럼 행동하기...
브루스는 삼 주 동안 랜턴을 보지 못했는데, 남아 있는 살인 충동을 잠재우는데 딱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그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할은 그의 일을 엄청나게 잘 해냈으며, 현장에선 목숨 걸고 신뢰할 수 있는 남자였다. 능숙하고 믿음직스러우며, 어떤 방식으로도 그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데다가 우주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인생을 바친 사람을 어떻게 싫어...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브루스는 깃털로 뒤덮인 남자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베레니아 방언이야." 할은 말했다. "나도 몰라. 내 생각엔 아마도—" 작은 고대인이 뭔가를 위아래로 흔들며 그들 주위로 휘젓자, 그는 하던 말을 멈췄다. 장기를 바싹 튀길 만큼의 방사능에 절여지고 있는 게 아닌지 벨트에 든 센서를 꺼내 확인하고 싶었으나 은밀하게 할 ...
고요한 햇빛이 불쾌할 정도로 밝게 얼굴에 내리쬐었지만, 바로 이전의 고통에 비하면 훨씬 참을 만했다. 토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드는 허무함과 싸우려 애쓰며 얼굴을 감쌌다. 한참이 지나 침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최소 한 시간, 어쩌면 더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문을 나서자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시종 아이가 보였다. 두 사...
오딘은 토르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토르의 걱정을 충분히 존중했다. 오딘은 로키의 처벌 그 자체는 아니었지만, 처벌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바꾸자는 것에 동의했다. 그는 토르에게 처벌의 주문이 알현실이나 아스가르드 시민의 인파 앞이 아닌 조용한 방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가족, 그리고 봉인 마법을 행하는 데 꼭 필요한 마법사들 말고는 입회인이 없...
햇빛이 계속해서 눈꺼풀을 찔렀다. 토르는 허겁지겁 일어났다. 정신없는 혼미함이 가슴을 쥐어짰다. 토르의 눈은 바로 직전에 일어난 혼돈의 흔적을, 로키를 찾았지만 그는 완전히 혼자였다. 자신의 방. 자신의 침대. 이부자리가 불편하게 몸에 감겨있었고, 침묵만이 공기를 가득 메웠다. 토르는 침대 시트에서 빠져나와 입고 있는 갑옷을 놀란 눈으로 응시했다. 그의 마...
토르는 오랫동안 떠나있지 않았다. 텅 빈 침대에서 잠들지 못하는 밤이 지나갔다. 로키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 해가 거의 뜨지 않았지만, 첫 번째 햇빛 한 줄기가 그의 눈을 끊임없이 찔렀다. 토르는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 기쁘지 않은 아침을 맞이했다. 일어났을 때 몸이 뻐근하자, 어젯밤 갑옷을 갈아입지 않고 잠들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
로키의 처벌은 토르가 그를 데리고 아스가르드로 돌아오기 전부터 결정나있었다. 그들은 테서렉트를 이용해 지구를 떠났다. 빠르긴 했으나, 쾌적한 여정은 아니었다. 존재가 비틀려서 아예 사라진 다음 피와 불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존재로 다시 뭉쳐지는 느낌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아스가르드의 광대한 금빛 알현실에 나타났다. 오딘과 프리가를 제외하면 텅 빈 채였다.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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