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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뱃할/번역] Aliens Made Us Do It 1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브루스는 깃털로 뒤덮인 남자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베레니아 방언이야." 할은 말했다. "나도 몰라. 내 생각엔 아마도—" 작은 고대인이 뭔가를 위아래로 흔들며 그들 주위로 휘젓자, 그는 하던 말을 멈췄다. 장기를 바싹 튀길 만큼의 방사능에 절여지고 있는 게 아닌지 벨트에 든 센서를 꺼내 확인하고 싶었으나 은밀하게 할 방도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행동은 매우 예민한 이들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것이었다. 물론 할 조던을 이 외교 임무에 파견하는 게 바로 그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에 대해서 타당한 논쟁이 있었지만, 달리 누가 범우주 번역기를 가지고 있겠는가? 


할은 더 명확한 신호를 잡으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반지를 들어올려 곰곰이 살피며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그만둬." 브루스가 속삭였다. "적대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떡해, 이 멍청아. "


"아, 주둥이 다물어. 여기 있는 친구들은 딱히 호전적인 타입 같지 않다고. 사실, 어떻게 보이냐면…" 할은 두 사람을 둘러싼 채 환하게 미소짓는 외계인 무리를 관찰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브루스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 이 베레니아인들은 지난 사흘간 상대한 베레니아 협상가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 몸을 감싼 선명한 염료와 깃털, 그리고 그들을 응시하는 미묘하게 초점 나간 황홀한 미소. 


"취한 것 같지." 브루스는 말했다.


"약이라도 빤 것 같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어. 주술 어쩌고 하는 거에 일부일지도 모르지, 안 그래? 협상이 잘 끝난 것에 대한 작은 기념으로."


"아니면 우릴 화산의 꼭대기까지 끌고 가서 그 안으로 던져넣던가."


"아냐, 난 무사할 거야. 쟤들이 원하는 건 처녀라고 생각해. 잠깐, 너 혹시 아니지?" 


깃털로 뒤덮인 채 다른 이들보다 훨씬 화려한 색의 염료를 바른 무당이 딸랑이를 할의 머리 위로 - 혹은 손이 닿는 최대한 높은 곳에 - 흔들었다. 그는 딸랑이로 원을 그리며 진지한 독백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하는 거지?" 브루스가 속삭였다. "반지로 통역할 수 있나?"


"어어, 거의. 대부분. 그러니까 내 말은, 베레니아 방언인건 확실해. 아마 종교적 언어일거야. 그는, 어, 우리한테 장수와 행복과…많은 자손들? 뭐 그런 걸 빌어주고 있네."


"Inshakh v'liz." 브루스는 진지하게 감사를 표시했다. 지난 며칠 동안 기초 회화 몇 가지를 익혔는데, 사투리를 쓰는 것 정도는 눈감아 주리라. 게다가 쉽게 기분 나빠할 것 같지도 않았고. 브루스의 서툰 베레니아어에 명백히 감명받은 눈치인 작은 무당이 그의 손을 잡았다. 베레니아인들은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였고, 노인의 피부는 뱀과 같이 미끈하고 차가웠지만 뱀만큼 불쾌하지는 않았다. 그는 어떠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 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작은 오두막 쪽을 가르켰고, 나머지 무리 또한 무언가를 말하며 두 사람과 오두막을 번갈아 가르키고 있었다.


"의식을 마무리 지으려면 저기 들어가라는데." 할이 말했다.


"반지가 알아낸 위험 요소는?"


"지푸라기랑 흙이 전부야. 저렇게 많은 흙이 한 공간에 쌓여있을 수가 있나? 여태껏 열대우림에서 살다가 겨우 탈출한 것 같은 문명이 어떻게 행성간 우주 이동 기술을 개발한 건지 아무나 설명 좀 해 줬으면 좋겠네."


"전설에 따르면,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는군," 무당이 부드럽게 떠밀자, 브루스는 순순히 오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머지 베레니아인들은 더 가까이 다가왔고, 몇몇은 그의 망토를 색색깔의 흙으로 물들였다. 털어내는 것은 아마도 무례한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바로 뒤에서 할이 떠밀리듯 들어오자 오두막의 가죽 덮개가 등 뒤로 펄럭이며 닫혔다. 바깥에선 무당이 기도나 주술 같은 것을 소리 높여 외우고 있었고, 나머지 베레니아인들은 무당의 말이 중간중간 멈출 때에 맞춰 오르락 내리락 울부짖기 시작했다. 오두막 안은 어둡고 답답했다.


"오." 할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오 뭐?"


"그러니까…아무것도 아니야. 내 말은…별 거 아냐. 그냥, 쟤들이 정확히 뭐라고 하는 건지 알아낸 것 같아서."


"이를테면?"


할은 찡그렸다. "몇 년 지나면 웃어 넘길걸."


"랜턴," 그는 으르렁댔다. "무슨 일인지 말해."


"쟤네는, 어…그러니까, 이건 일종의…어떤 종류의…그러니까…의식 같은 거야."


"예리한 분석 고맙군. 여기서 뭘 해야 하고, 실패할 경우 외교적 재앙을 불러올 확률이 얼마나 되지?"


"그거 좋은 질문이네.  그러니까 뭐냐면, 이 의식이라는 게 쟤들 말로는, 뭐처럼 들리냐면…내 말은, 내가 틀렸을 수도 있고, 말했듯이 쟤들 말을 전부 이해한 건 아니거든, 그렇지만 내 생각엔 이게 뭐냐면—그러니까, 일종의 최, 최소한 뭐랑 관련되어 있냐면…"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브루스가 쏘아붙였다.


"결혼." 할은 말했다. 브루스는 그를 바라보았다. 할은 찡그리다 못해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결혼이라고.” 브루스가 되물었다.


"이건…쟤들 나름대로의 감사를 표하는 방식일지도?"


"결혼이라고." 브루스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너무 과장하진 말자고." 할이 재빨리 덧붙였다. "쟤들 말로는 결혼보다는 '짝짓기 의식’처럼 들리던데. 지금 뭐하는 거야?"


"게워낼 곳을 찾는 중이야."


"그래, 어른스럽네. 네 호모포빅한 난리법석은 자벨린에 돌아가기 전까지 아껴두는 게 어때. 그 동안은 별 거 없어. 여기서 좀 쉬다가, 나가서 모두랑 악수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거지. 어때?"


"갑자기 베레니안 결혼식 전문가라도 된 건가?"


"오, 집어 치우지 그래." 할은 흙바닥에 자리 잡고 긴 다리를 뻗었다. "넌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낮잠이나 잘래. 우리 신음을 내거나 그래야 할까?"


"신음을 낸다고." 브루스는 어제 먹은 게 조금 올라온 것 같은 기분으로 말했다.  


"그래, 알다시피—텐트가 흔들리면, 문을 두드리지 말라, 그런 말도 있잖아." 할은 다리를 완전히 쭉 핀 채 두 팔로 뒷통수를 받쳤다. "카울 아래로 인상 쓰는 거 다 보이거든. 말 나온김에, 머나먼 우주에서의 외교 임무에 그걸 쓰고 오는 게 얼마나 멍청한 일인가 하는 생각은 안 들디? 바나나잎 빤쓰 입은 애들 중 한 명이 고담 가제트에 전화해서 배트맨의 정체를 독점 기사로 팔아넘기기라도 할까 봐? 걱정도 팔자셔."


"마스크 쓴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브루스는 중얼거렸다. 할과 말을 섞을 때 마다 결국은 똑같이 유치한 인간이 되고 만다. 이게 브루스가 할을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 품위를 지키는 걸 어려운 일로 만들기. 일일이 반응하지 마, 클락은 늘상 말했다  


브루스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흩어졌는지 보기 위해 오두막의 문 역할을 하고 있는 덮개 모퉁이를 슬쩍 살폈다. 달라진 점이라곤 울부짖음이 더욱 격해졌다는 것 뿐이었는데, 중간으로 장작을 옮기는 걸 보니 모닥불을 지피려는 것 같았다—어쩌면 주변 마을의 친지들을 불러모아 밤새도록 치르는 의식일지도.


"불행히도 곧 나가게 될 수 있을 것 같진 않군."


"네가 좋아 죽는 소리를 내면 더 빨리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할이 말했다. "아, 좀, 다치기야 하겠어? 확실한 건, 쟤들이 인간 생리에 대해 요만큼도 모를 거라는 거야. 인간들 짝짓기가 6분 쯤 걸리든 말든 알게 뭐냐고. 넌 4분이면 끝날 거라는데 걸지." 그가 몸을 돌려 무릎을 바닥에 기대며 브루스를 향해 씩 웃었다. "너처럼 억눌린 타입은 늘 그런식이거든."


그는 태연하게 땅바닥에서 흙을 한 움큼 집어서 할의 입으로 쳐넣는 걸 상상했다. 그거야말로 소리를 낼 텐데. "거 참," 할은 말을 이었다. "어깨에 힘 좀 빼. 여기서 한 시간쯤 쉬다가, 흙 좀 묻히고, 옷 뒤집어 입고 하이파이브하러 나가면 되는 거야. 별 일도 아닌데다가 리그한테 보고할 땐 이 부분만 빼면 되잖아."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는 바야."


"거기에 진실을 좀 곁들이는 차원에서 서로 빨아주고 싶지 않다면야. 물론 개인적인 감정 없이." 할의 미소가 갑자기 더욱 위협적으로 보였다.  


"서로 빨아준다고." 브루스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싶지도 않군."


"왜냐면 넌 스트레잇이라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리그에 퀴어 서포트 그룹이 있어야 해. 리그 맴버 10명 중 9명이 참석할걸. 좋아, 어쩌면 샤잠은 빼고. 가끔 그 자식이 걱정된다니까. 감정의 깊이가 완전 중학생 수준이야. 살면서 서포트 그룹에 참가해 본 적 있어? 어릴 때 알프레드가 '살인 욕구로 찬 아기들과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둔 사용인' 모임에 데려갔다거나?"


일일이 반응하지 마, 일일이 반응하지 마. 클락이 항상 하던 말이었다. 할에게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 것의 문제는 그가 진중한 침묵에 전혀 굴하지 않는데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가 품위를 지킨다기보단 토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처음부터 피하려고 한 게 바로 그것인데도. 브루스는 장갑 속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나 집중하는 게 어때."


"안 그러길 바랄걸."


"이유가 뭐지?"


"문장의 다섯 번째 글자 정도만 확실하게 번역할 수 있지만, 대부분이 섹스랑 관련된 내용이거든. 그것도 굉장히 기발한. 솔직히 말해서 네 유연성을 심각하게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


"오, 제발." 브루스는 또 다시 한숨쉬곤 포기한 채로 바닥으로 미끄러져 오두막 벽에 기댔다. 그닥 견고하지 않은 오두막이 그의 체중으로 인해 미세하게 흔들렸다. 순간 바깥에서 들려오던 울부짖음이 열광적으로 커졌다.


"낮잠 잘거라는 말은 진짜였어. 네가 베레니아인들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던, 쟤네 말하는 거 듣고 있으려니까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아. 존나 힘들어 죽겠다고. 서로 빨아주는 거에 대해 마음이 바뀌면 깨워, 알겠지?"


브루스는 눈을 감은 채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음과 조던의 고른 숨소리를 차단하려 애썼다. 몇 분 뒤 눈을 뜨자, 놀랍게도 할 조던은 잠들어 있었다. 그를 무언가 뾰족한 걸로 찌르고 싶은 욕망은 거의 압도적이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보고서에 쓸 말들을 신중하게 고르기 시작했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의 좋아하는 작품이라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번역 잡게 됐네요.

비축분 왕창 가지고 시작해서 금방 완결낼 수 있을 것 같아요! 

Twitter @DR34MY3Y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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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뱃할/번역] Aliens Made Us Do It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