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토르로키/번역] Shadow plays 3 下

Shadow Plays

dreamlittleyo

Chapter 3



고요한 햇빛이 불쾌할 정도로 밝게 얼굴에 내리쬐었지만, 바로 이전의 고통에 비하면 훨씬 참을 만했다. 토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드는 허무함과 싸우려 애쓰며 얼굴을 감쌌다.


한참이 지나 침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최소 한 시간, 어쩌면 더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문을 나서자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시종 아이가 보였다.


두 사람은 이번엔 도망치지 않았다. 토르는 또 한 번 동생에게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했다. 대신 로키는 도서관에 대한 접근을 요구했고, 토르는 기쁘게 그것을 들어주었다.


바짝 경계하고 있는 근위병들을 지나자마자, 로키는 마법 특유의 전율 어린 손짓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토르는 그가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로키는 이전과 똑같아 보였다.


“뭘 한 것이냐?”


로키는 짜증 섞인 시선을 던졌고, 토르가 따라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빠르게 복도를 따라 걸었다.


“나를 투명하게 만드는 간단한 마법이야.”


“내 눈엔 여전히 네가 보이는데.”


“그래.” 로키가 또다시 놀랍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갑자기 형 시야에서 사라지면 당황해서 동네방네 시끄럽게 굴 것 같았지.”


그 부분엔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아마 로키가 맞으리라. 그는 침묵에 빠진 채 넓고, 제멋대로 뻗어 있는 복도를 지나 도서관으로 향하는 로키의 뒤를 따라갔다. 토르는 차라리 입을 열고 싶었다. 동생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시종들, 전사들, 그리고 왕실 근위병들을 지나치고 있었고 텅 빈 허공에 대고 대화하는 것은 바보 같아 보일 터였다. 로키가 무언가를 할 시간을 벌기 위해선 주목을 끌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도서관에 도착하자 그는 별 쓸모가 없어졌다.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토르는 학문에 몰두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는 아치 모양으로 뻗은 아스가르드의 광대한 도서관에서 한 번도 무언갈 찾아본 적이 없었고, 사서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즉, 로키가 필요로 하는 두꺼운 책을 대신 가져다줘서 시간을 절약하는 대신 두 사람이 찾아낸 어둑한 구석 자리에 가만히 앉아 동생이 일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로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최소한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더 오래 눈길을 두고 있을수록, 토르의 마음은 알프하임의 깊은 숲속에서 로키가 심어놓은 질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형은 숨겨진 욕망도 없어? 불러올 파장이 두려워 억누르고 있는 갈망이라든지?


그럴 리가. 어느 살아있는 존재가 없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토르는 항상 원하는 것에 열려 있었기에 보통 사람보다 그런 것이 적었다. 포상을 원한다면, 밀고 나가 얻어내었다. 실패한 적이 거의 없었다. 여자를 원하면 유혹해 동침하거나,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위험이나 사냥의 전율을 원한다면 그것을 어디에서 찾을지 알고 있었고, 언제든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토르가 가지고 있는 욕망―굶주림―은 딱 하나였다.


“적어도 내 옆에 있는 다른 무언갈 보고 있는 척이라도 할 수 있지 않나.” 로키의 말이 토르를 한 곳을 향하고 있던 강렬한 생각으로부터 빼냈다.


“내가 널 방해했느냐?” 토르는 제발 로키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길, 그래서 자신의 달아오른 얼굴을 눈치채지 못하길 빌었다.


“그럴 리가 있겠어.” 로키가 코웃음 쳤다. “그래도 빤히 쳐다보는 건 실례야.”


토르는 눈을 돌렸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로키를 쳐다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로키는 알아차린 게 분명했지만 이번엔 별말을 하지 않았다. 토르는 그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날카롭게 벼른 질문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일생동안 영혼의 가장 어두운 틈새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비밀을 부수려 노력해왔고, 지금 이런 상황에서조차 그것을 떠올리는 게 꺼려졌다. 위험했다. 옳지 않다는 생각에 토르의 뱃속이 떨리며 단단히 뭉쳤고, 달아오른 뺨에 열기가 더해졌다.


그러나 바로 저곳에, 토르가 이해하기는커녕 읽을 수조차 없는 어렵고 두꺼운 책을 영리한 두뇌로 파헤치는 로키가 앉아 있었다. 아름답고, 신경이 곤두선 채, 바로 손에 닿는 거리에.


토르가 감히 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유일한 욕망이었다.


토르는 두 사람이 어렸을 때, 사내라고 하기조차 민망한 시절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로키와 대련하던 중이었다. 동생이 모든 전략마다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자신의 건장한 골격으로 그를 자빠트려 풀밭에 붙잡아두는 게 얼마나 쉬웠던가.


그때 처음으로 로키를 놓아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키는 분명 그 날 토르조차 이름을 붙이지 못한 무언가를 그의 눈에서 본 게 틀림없었다. 토르가 동생을 제압했을 때, 로키가 그를 변함없이 날카로운 영민함으로 올려다볼 때 감돌던 소름 끼치는 정적. 손 아래에 있는 로키의 가느다란 골격. 손아귀 안의 작은 새처럼 빠른 맥박이 로키의 손목에서 느껴지던 순간. 거의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저지를 뻔했던 극심한 순간이었다. 토르는 가쁜 숨을 내쉬느라 벌어져 있는 동생의 입술을 맛보고 싶었다.


대신 그는 몸을 일으켰다. 옷에 붙은 먼지를 털고, 로키를 한 손으로 일으켜준 다음 불편함을 감추려 어색하리만치 크게 웃었다.


로키는 그 정적에 대해 한 번도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토르가 그런 위험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고, 그 이후로 긴 시간이 흘렀다.


로키는 몇 시간 동안의 연구에도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했다. 흔들리는 불협화음이 가까워졌고, 이번엔 책과 선반, 도서관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두 사람을 덮쳤다.







시간이 흘러갔다. 똑같은 날들. 고통스러운 절망의 반복과 기다림, 그리고 궁극적인 혼돈. 멈추지 않는 순환이 시작된 이후로는 한숨도 자지 못했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하지 않았다.


토르는 지긋지긋한 필연성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되짚어갔다. 오딘에게 향했다. 프리가를 찾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했다. 도움을 간절히 빌었다. 토르의 말을 믿었을 때조차,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더욱 자주 로키에게 갔다.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매번 새로운 해가 뜰 때마다 그를 다시 설득하는 건 힘들었지만, 로키야말로 토르에게 이 진절머리나는 매듭을 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었다. 토르는 동생의 총명함을 믿었다. 그의 마법이 가진 힘을 알고 있었다. 만약 해결책이 존재한다면, 그걸 찾는 사람은 바로 로키일 것이리라.


어쩌면 단순히 날이 갈수록 거리를 두기 힘든 것일지도 몰랐다.


그의 마음속으로 기어들어 온 로키의 말은 토르를 완전히 장악했다. (형은 숨겨진 욕망도 없어?) 로키의 질문은 토르가 바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커져가는 굶주림을 풀어놓았다. (불러올 파장이 두려워 억누르고 있는 갈망이라든지?) 그리고 매일이 피와 잔해들로 끝날 때마다, 토르의 탁월한 본능은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무너졌다.


그의 마지막 이성은 아스가르드의 도서관이 아닌 이상한 색깔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지 않았다면 물이라고 생각했을, 반짝거리는 웅덩이로 가득 차 있는 어둑어둑한 동굴에서 툭 끊어졌다. 노른헤임. 여기 해답이 있거나, 적어도 로키는 그렇게 말했다. 로키는 바위 모서리에 빳빳한 자세로 기댄 채 긴 손가락을 금빛 웅덩이의 잔물결을 따라 덧그렸다. 그는 손끝의 은은히 빛나는 액체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무심한 덧붙임마냥 한쪽 얼굴에 드리운 채 살랑거렸다. 


로키는 아름다웠다. 몇 시간 동안 똑같은 물결에 시선을 맞추고 있자, 토르는 무언가 위험한―무언가 동물적이고 절박한 것이 가슴 속에서 툭 하고 풀려나는 것을 느꼈다.


로키는 머리를 홱 들었고, 토르의 눈동자 속 어두운 그림자를 알아차린 듯 눈을 크게 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토르는 귀에 들리는 게 스스로의 날카로운 으르렁거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곧 소리를 멈췄지만 그는 이미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토르는 로키를 탐욕스러운 손으로 잡아채 웅덩이로부터 휙 잡아당겼다.


동굴 벽은 거칠고 울퉁불퉁했지만, 토르는 어쨌거나 그곳에 로키를 떠밀었다. 그가 갑자기 덮쳐오자, 로키는 숨을 들이마셨고 곧 깜짝 놀란 욕설이 토르의 입에 막혀 웅얼거림으로 변했다. 로키의 머리카락은 부드러웠고, 그는 동생의 얼굴을 가차 없는 손으로 감싼 채 더 깊고, 강압적이고, 소유욕으로 가득 찬 키스로 이끌었다.


로키는 들어오는 혀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손바닥은 그러길 심히 고려하는 것처럼 토르의 가슴팍에 평평하게 놓여있긴 했지만, 토르를 밀쳐내지는 않았다.


마침내 토르는 진정했다. 그는 결국 동생의 눈을 마주해야만 했다. 그의 열정은 불타오르고 있었고, 입술을 뗀 후에도 로키를 놓아주지 않았다.


긴 시간이 흐르고 토르는 감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렇게 했을 때, 마주한 것은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로키의 표정이었다.


“토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토르는 로키를 놓아주려고 했지만, 의지를 배반한 손가락은 동생의 머리칼 속으로 미끄러져 뒤통수를 부드럽게 잡고는 울퉁불퉁한 돌벽으로 밀어붙였다.


“의심해 본 적 없느냐?” 시선을 로키의 입술로 떨어뜨린 채로, 토르는 물었다.


“한 번,” 로키는 심하게 흔들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말투에는 평소의 교활한 자신감이 빠져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딱 한 번. 내 생각에...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형은 한 번도 날 건드리지 않았잖아. 단순히 내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토르의 입술은 로키에게 다시 입 맞추고 싶은 간절함으로 따끔거릴 지경이었지만, 그는 애써 동생과 눈을 맞췄다. 로키의 눈 속에는 경계 어린 숙고가 비쳤다. 어쩌면 공포의 흔적까지도. 토르는 동생이 두려워해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고, 이는 반복되는 하루가 토르를 얼마나 무너뜨렸는지 보여주는 흔적이었다. 


“이해가 안 돼.” 로키는 힘을 준 목소리로 말했다. “형은 속임수를 쓸 줄 모르잖아. 형에겐 비밀이 없어.”


“내겐 딱 하나의 비밀이 있다.” 토르는 지금 동생에게 그의 비밀을 말해도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다. 곧 하루는 끝날 것이고, 또다시 반복될 것이며, 로키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토르는 똑같이 무력한 막다른 길에 다다를 것이고, 이 모든 것은 없었던 일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건 빼고. 무를 수 없는 순간이었다. 토르는 동생과의 키스가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고, 그 이상을 원했다. 만약 그가 이 끝나지 않는 덫의 숨은 비밀을 풀어낸다 할지라도, 다시는 로키에게서 어떤 맛이 나는지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아우야, 제발.” 토르는 눈을 감고 로키와 이마를 맞댔다. “네 마음을 알아야만 한다. 살아생전 한 번이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그러나 토르는 질문을 마칠 수 없었다. 그는 너무 오래 시간을 끌었고, 피할 수 없는 파괴가 거칠고, 끈질기게 바짝 다다랐다. 동굴이 무너졌고, 두 사람은 죽음 대신 어둠으로 밀어 넣어졌다. 토르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로키의 괴로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사실 번역본은 아주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도저히 퇴고를 할 기력이나 시간이 안 나서 임시보관함에 방치해두고 있었거든요... 인워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 이제서야 정리해서 올리게 되네요 아 인워 생각하니까 또 혈압이( ) 기다려주신 분들 감사해요 ㅠㅅㅠ! 앞으로의 현생이 잠잠하다면 섀플은 일주일에 한 편씩 올라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는 번역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역이나 오역이 정말 많습니다 ㅠㅅㅠ 큰 어려움이 없다면 원문으로 읽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포스트 맨 앞의 제목을 누르면 원문 페이지로, 작가명을 누르면 아오삼 작가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원문에 쿠도를 남겨보아요~


 트위터로 놀러오세요! @DR34MY3Y3S


Twitter @DR34MY3Y3S

아로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8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