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ow Plays

[토르로키/번역] Shadow Plays 1 下


토르는 오랫동안 떠나있지 않았다. 텅 빈 침대에서 잠들지 못하는 밤이 지나갔다. 로키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 해가 거의 뜨지 않았지만, 첫 번째 햇빛 한 줄기가 그의 눈을 끊임없이 찔렀다. 토르는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 기쁘지 않은 아침을 맞이했다. 일어났을 때 몸이 뻐근하자, 어젯밤 갑옷을 갈아입지 않고 잠들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인데도, 거대한 창문에서 쏟아진 온기로 방이 온통 환했다. 토르는 집에 왔다는 걸 말해주는 황금과 화려한 의복, 조각된 사치품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무엇도 옳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프리가의 전언을 가지고 온 어린 시종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부드러운 초대였다. 토르는 어머니의 방에 잠깐 들러 조용히 아침을 먹었지만, 그것조차도 어딘가 잘못된 것 같았다. 토르는 우뚝 멈춰 서서 뒷걸음질 쳤다. 어디로 가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보초병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인 후, 그를 들여보내 주었다. 이번에는 토르의 등 뒤로 문이 닫혔고, 즉시 결계의 힘이 강력해졌다. 마법에 관해서는 늘 토르보다 강하고 예민한, 특별 제작된 결계의 대상인 로키에게는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했다.

 

로키는 매끄러운 바닥 한복판에 누워서 한쪽 팔을 머리에 베고 몸을 웅크린 채로 잠들어 있었다. 스스로를 위해 추가적인 편의시설을 만들지 않은 걸로 봐서, 결계가 로키의 마법을 효과적으로 꺾어놓고 있는 게 분명했다.

 

토르는 조용히 움직이려고 노력하며 신중히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도 로키는 미동조차 없었다. 토르는 조심스럽게 동생 옆에 무릎을 꿇었다. 로키가 미드가르드에서 입은 부상은 쉬는 동안 완전히 나아서 헐크가 입힌 어떠한 상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잠든 동생은 어딘가 천진한 면이 있었다. 로키의 얼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 보였고, 분노가 걷혀나가자 토르의 보호심을 불러일으키는 적막함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토르는 항상 로키를 보호해주고 싶었다. 이런 감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슬슬 로키를 깨워야 했다. (벌써 일어나 있는 게 아니라면) 숨 막히는 정적을 뚫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로키를 만지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그의 손가락은 어째서인지 동생의 얼굴에 드리운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있었다.

 

로키는 뒤척였지만, 손길을 피하려 들지는 않았다. 토르의 로키의 턱선을 따라 소리 없이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곧 마지못해 손을 거두었다.

 

"일찍 왔군," 로키가 눈을 감은 채 미동 없이 말했다. "내 형벌은 해가 질 때 예정되어있어. 동틀 녘이 아니라."

 

"데리러 온 게 아니야," 토르가 편안하게 앉으며 말했다.

 

"그럼 목적이 뭐지?" 결국 눈을 뜬 로키는 부자연스러운 품위를 담아 미끄러지듯 몸을 일으켰다.

 

토르는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널 보고 싶었다." 그는 말했다.

 

"안됐네, 나는 특히나 형을 보고 싶지 않거든."

 

"그래도 난 지금 여기에 있지." 토르는 로키의 어깨에 무겁게 손을 올렸다. "오늘 널 혼자 둘 생각은 없다."

 

"내가 탈출할 거라고 생각해?"

 

"아니." 토르는 말했다. 로키가 탈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더라면, 그는 처음부터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동생이 이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을 것이다. 로키가 최대한의 분노와 힘과 복수에 대한 잔인한 갈망으로 무장했을지라도.

 

"그렇다면 내가 자해할 거라고 생각한 거로군." 로키는 감흥 없는 표정으로 추측했다.

 

"네가 함께 있을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토르는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전쟁에서의 적이 아닌 사이로 대화를 나눈 게 참 오래되었지 않느냐."

 

마침내, 로키는 토르의 손에서 어깨를 빼냈다. 그는 우아하고 부드럽게 몸을 일으켰고, 토르는 가슴이 꽉 죄여오는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보고 있기 마음아픈, 패배하고 지친 피곤함이 로키의 자세에서 느껴졌다. 토르의 손이 닿을 겨를도 없이 바이프로스트에서 떨어지던, 바로 그 순간 로키의 마지막 표정보다 훨씬 마음아팠다.

 

"로키." 토르는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자세로 허둥지둥 일어났다. "로키, 제발."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비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용서? 필요하지도, 그럴 자격도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짧은 평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로키가 등을 돌리자, 어쨌거나 토르는 손을 뻗어 로키의 가슴에 팔을 두르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로키가 입은 가죽옷이 토르의 가슴에 짓눌려 삐걱이는 소리를 냈다. 로키는 놀란 신음을 뱉었다. 

 

"이 감상적인 유인원 같으니." 로키의 목소리에 불신과 독기가 뚝뚝 떨어졌다. "이거 놔." 그렇지만 단어 안에 체념이 깔려있었다. 토르가 말을 듣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듯이.

 

"꼭 항상 이런 식으로 대립해야만 할까?" 토르는 로키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떨림이 로키로부터 전해져왔다.

 

"형이 날 방해하지 않는다면야." 로키가 신중하게 말했다.

 

토르는 입을 다물었다. 로키가 의도적으로 그에게 못되게 군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단어에 켜켜이 쌓여있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토르가 응수하도록, 대화를 악화시키도록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 폭력이 목적에 깔려있었지만, 그는 로키와 싸우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대신 토르는 일방적인 포옹의 어색함을 일부러 무시하며 로키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완강하긴." 로키가 지쳐 중얼거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형을 떠나게 할 순 없겠지, 안 그래?" 그의 말은 질문이 아니라 불가피한 사실에 대한 체념 어린 관찰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토르는 로키가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기 전에 그를 풀어주곤 몇 발짝 물러섰다. 그런 다음 차갑고, 매끄러운 바닥에 앉아 동생이 곁으로 와 앉기를 기다렸다.




토르는 로키의 황량한 감방에서 종일 머물렀다.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로키의 기분은 체념 이상으로 나아지지 않았다) 하루는 똑같이 빠르게 흘러갔다. 안 좋은 일을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시간이 빨리 가는 게 없었다.

 

결국엔 문이 열렸고, 무거운 금빛 갑옷을 입은 근위병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무기를 꽉 쥔 채로 경고하듯이 반원으로 둘러싼 채 멈춰섰다.

 

로키는 또 한번 족쇄를 찼다. 이번엔 아스가르드의 수갑이었다. 우아하게 조각된 수갑은 금빛으로 번뜩이며 로키의 손목을 감쌌고, 룬문자와 강력한 마법의 활발한 에너지로 반짝였다. 감방의 벽에 새겨져 있던 힘보다는 덜 강력할지라도, 이 족쇄는 단지 보여주기 식으로 있는 게 아니었다.

 

무장한 근위병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길고 구부러진 길을 따라 알현실로 다시 데려가는 것은 토르의 몫이 되었다. 궁전 홀은 따스한 빛이 늘 복도에 퍼져있음에도 불구하고 텅 빈 채 한기가 돌았다. 토르는 집에서 이렇게나 위화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고, 이제는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번엔 알현실이 비어 있지 않았다. 거의 토르의 대관식 때만큼이나 많은 군중이 로키의 처벌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이러한 대비가 토르의 뱃속에 차갑게 내려앉았다.

 

로키의 걸음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자세만큼은 당당하고 곧았다. 토르가 그를 왕좌 쪽으로 데려가자 로키의 발이 여러 차례 멈칫했다. 토르는 로키의 등에 손을 올려놓음으로써 그를 계속 나아가게 만들었다.

 

연단 맨 아래에 도착했을 때, 로키는 긴장으로 뻣뻣하게 멈춰 섰다. 족쇄에도 불구하고, 근위병들과 수많은 아스가르드 시민들, 그리고 위에서 압도하듯 내리꽂히는 오딘의 시선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토르는 그 순간 로키가 도망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만약 로키가 도망친다면, 이번에는 선처가 없을 것이다. 토르의 로키의 등을 잡고 있던 손으로 어깨를 감쌌다.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잡아두려는 것인지 토르 자신도 그 목적을 알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로키를 가만히 있게 만들었다. 부자연스러운 침착이 이목구비에 가면처럼 얹힌 로키는 텅 빈 눈동자로 오딘을 올려다보았다.

 

마법사들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왔고, 토르는 여전히 동생의 어깨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마법사 여섯 명은 로키와 왕좌로 향하는 높은 계단 사이에 진열을 갖추고 섰다. 아스가르드에서 찾아보기 힘든 색깔(빨강, 주황, 강렬한 금빛)의 눈들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밝게 번득였고, 모든 시선은 로키에게 엄격하게 맞춰져 있었다. 그들의 얼굴, 그리고 여섯 개로 모인 손이 공통된 목적과 부담을 지고 있었고, 올파더의 손으로 정의를 실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토르는 형벌에 대해 재고해 달라고 거의 애원할 뻔했다. 스스로가 그토록 무의미한 짓을 벌이는 것을 막기 위해, 토르는 턱을 앙다물었다.


토르는 어떤 구호를 기대했다. 아니면 적어도 노래라던가. 주문이 귀에 들리는 식으로 행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신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여섯 명이 행하는 마법이 무엇이든 간에, 정신 집중과 고요한 목적의 결합에서 태어나는 주문인 것 같았다. 잠시 후, 토르는 주문으로 인해 로키의 살갗이 미약한 빛으로 덮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빛은 더 강해지고 넓게 퍼져서 여전히 동생을 잡고 있는 토르의 손까지 덮었다. 잠시 후, 빛은 마법사들에게까지 가 닿았다. 그들 아래의 바닥과 가까운 기둥, 그리고 연단까지 반짝거리는 힘이 퍼져나가며 온통 빛났다. 로키는 토르의 손 아래에서 떨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고, 토르는 동생에게 이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게 토르가 그를 다시 적으로 대면하게 된다는 의미라 하더라도, 로키는 맞서 싸워야 했다. 아무리 부질없는 짓이라 할지라도.

 

처음에 토르는 벽이 흔들리는 게 로키에게 겨냥된 주문의 또 다른 요소라고 생각했다. 당황스럽긴 했으나, 곧 부자연스러운 불빛이 알현실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그러나 진동은 가면 갈수록 심해져 넓은 방 전체를 흔들었다. 딛고 있는 바닥이 들썩여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모든 것이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동시에 감았던 눈을 떴고, 그 즉시 비틀리는 금속들과 낙석으로 바뀐 진동이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다. 여섯 명은 두려움에 차 있었고, 그중 하나가 소리쳤다.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모여 있던 인파가 황급히 흩어졌다. 보초병들이 넘어지고, 다시 넘어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음에도 바로 서려고 허우적대자, 오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토르는 중심을 잡기조차 힘들었지만, 여전히 로키를 보고 있었다. 이게 그의 짓인지 알아야 했다.

 

그러나 로키는 눈을 뜬 채 꾸며내지 않은 충격으로 주변을 응시하고 있었다. 뾰족한 돌이 위쪽 어딘가에서 떨어져 그의 볼을 스치고 지나가 피가 흘렀지만, 로키는 눈치채지도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단지 알현실이 무너지고, 연단의 계단에 금이 가고, 바닥의 매끄러운 표면이 갈라지는 혼돈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인가 폭발했다. 동시다발적인 것 같았고, 토르는 충분히 빠르지 못했다. 토르가 그를 끌어당길 수 있기 전에 로키는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고, 바닥에 있는 두 사람 바로 위로 또 다른 폭발이 격폭했다. 토르는 온몸으로 로키를 감싸며 황금 파편과 쏟아져 내리는 돌로부터 그를 보호했다. 토르는 로키의 위에서 웅크린 채로 주변 공기가 비명과 연기와 먼지로 가득 찬 것을 보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로키를 내려다보았다. 사방이 피투성이였다. 로키의 얼굴, 손, 그리고 가슴이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로키는 원초적인 충격과 고통으로 눈을 크게 뜬 채 토르를 올려다보았다. 로키가 이걸 계획했을 리가 없었다. 그의 눈은 속임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크고 결백해 보였다.

 

"로키," 동생의 부상을 확인할 수 있게 폭발들이 멈추길 바라며, 토르는 헐떡였다. 피가 너무 많이 흘렀고 로키는 죽어선 안 됐다.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다시는.

 

로키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눈이 멀 것처럼, 불가능할 만큼 빛이 더욱 밝게 퍼져서―

 

Twitter @DR34MY3Y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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