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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뱃할/번역] Aliens Made Us Do It 完


Epilogue 


대지가 진동하고 갈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침대가 끊임없이 마구 흔들렸다. 지진일지도 모르지. 브루스는 근처에 놓인 베개 밑으로 파고든 채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안돼."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안돼, 개자식아.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 얼른 일어나서 준비해."


브루스는 몇 시간 더 자는 게 좋은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예의 바르게 커튼을 다시 쳐달라고 부탁했다. 혹은 그냥 화가 나서 으르렁거렸거나. "안돼 안돼." 할이 토 나오게 명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중요한 날에 늦고 싶진 않을 거 아냐. 얼른, 그 잘빠진 몸뚱아리 일으키라고." 그는 이불을 젖히고 브루스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는데, 보나 마나 할의 실수였다. 브루스가 고양이처럼 재빠르게 손목을 잡아채 넓은 침대에 그를 눕히곤 올라탔으니까.


"허,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거지." 할이 말했다. "이제 나한테 무슨 짓을 할 건지 궁금하네."


"내가 하고 싶은 거라면 뭐든지." 브루스는 목 아래 움푹 팬 부분을 애무하며 중얼거렸다. "으음," 그는 자기 아래에서 길게 늘어진 몸이 긴장을 푸는 것을 느끼며 숨을 내쉬었다. 할은 무례하게도 이미 속옷을 입은 채였다. 브루스는 기지개를 켠 다음 놀랍도록 따뜻한 할의 몸을 짓누르며 아침 발기를 그의 고간에 대고 문질렀다.


"이제 그냥 내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는 거잖아." 할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효과가 있나?"


"자기야, 나 진지해. 이거보단 서둘러야 한다고." 


"으음, 천천히." 


"어젯밤엔 그렇게 얘기 안 했잖아." 할이 씩 웃었고, 브루스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할의 시시한 '어젯밤' 농담은 일상이 되었다. 그는 알프레드가 듣고 있어도, 심지어는 애들이 듣고 있어도 농담할 기회를 놓치는 법이 거의 없었다. 제이슨은 그와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철 좀 들어." 말과는 달리, 브루스는 할의 몸에 더 바싹 붙은 채로 앞뒤로 허리를 움직였다. 아래가 기분 좋게 쑤시기 시작했다.


"브루스, 네가 뭘 하려는 건지는 알겠는데, 듣기 싫은 말을 해야겠어."


"당장 망할 커피를 갖다 달라고?"


"나 샤워에서 한 발 뺐다고." 


브루스는 고개를 들었다. "뭘 했다고?"


"한참 전에 일어난 데다가, 넌 쿡쿡 찌를 때마다 으르렁댔잖아! 진짜, 말 그대로 으르렁댔다고."


"기억 안 나."


"그래, 그러시겠지." 그렇지만 할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는 잠시 풀려난 손으로 브루스를 어루만졌다.


브루스는 눈을 찡그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났는데?"


"캐롤이 전화했어. 새로 뽑은 파일럿한테 문제가 생겼는지, 추가 비행을 해줄 수 있나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할 수 있다고 하고 준비 다 했는데 비행하기엔 날씨가 너무 거지 같다고 문자가 왔네. 이미 잠은 다 깼고. 오히려 잘 된 거지, 어차피 조종간에 앉기엔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고."


브루스가 능글맞게 웃었다. "이유가 뭐죠, 캡틴 조던?" 


"시도 때도 없이 좆을 세우는 어떤 개자식이 계속 못 자게 괴롭혔지 뭐예요."


"그것도 기억 안 나." 


"그래그래, 왜 아니겠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할의 손이 몸 사이에 끼어들어 브루스의 단단해지기 시작하는 성기를 엄지로 문질렀다. 두 사람의 관계에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그중 두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말, 그리고 말 아래 숨겨진 더 깊은 무언가. 브루스는 할의 어깨의 움푹 파인 곳에 머리를 기댔다.


"기분 좋아, 자기야?" 할이 속삭였고, 브루스는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해. 소리 내지 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환이 당겨오는, 그를 미치게 만드는 것들. 움직이지 마, 알겠지? 그냥…가만히 있어. 막힘, 지연, 통제. 또 한 번의 막힘. 끝나지 않는 절정 직전의 감각. 그런 게 필요했기 때문에, 여태껏 스스로가 고장 났다고, 근간부터 비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할은 그 모든 게 완전히 정상적인 것 처럼, 브루스가 완전히 정상적인 것처럼 굴었다. 정상적인 걸 넘어 완벽한 것처럼. 마치 브루스의 기벽과 특이점들, 욕구와 취향, 그로 하여금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과의 접촉에 움찔하게 했던 그 모든 게 황홀한 것 처럼, 심지어 흥분되기까지 하는 것 처럼. 침대 바깥에서의 할의 입은 평소처럼 날카롭고 무심했다. 하지만 침대에서는, 그의 부드러움과 보살핌, 그리고 인내심에 브루스는 산산이 조각나 열렸다. 


브루스는 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확실해?" 그가 중얼거렸다.


"그래." 할이 말했다. "확실해. 해버리자."


그게 두 사람이 아드리아나 로페즈 판사의 개인 집무실에 있는 이유였다. 책상 앞에 서 있는 판사, 똑같은 유화, 심지어는 안내해주는 비서마저 똑같은 사람이었다. 할은 여느 때처럼 부적절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조금 덜 짜증이 났다. "참을 수 없는 성격 차이라고요?" 그녀가 자기 앞에 놓인 서류를 읽으며 말했다. 


"네." 브루스가 말했다. "만성적인 종류예요."


할의 손이 그의 손을 스치자 브루스는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할 쪽으로 기울여 말했다. "만성적이라는 말은 고칠 수 없다는 뜻이야." 그가 중얼거렸다.


"개자식 같으니라고." 할이 말했다.


"상스러운 입버릇도 조항에 넣었어야 했는데. 제발 입 좀 다물고 있어."


"어젯밤에 한 말이랑 다른걸." 


브루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할이 방금 연방 판사의 개인 집무실에서 '어젯밤' 농담을 던진 게 아니라면 좋으련만. 


"좋아요." 아드리아나가 두 사람 각자에게 매우 혼란스러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알겠어요. 모든 서류가 갖춰져 있네요. 두 사람이 법정에서 상호 동의 하에 이혼을 원한다는 것만 확인해드리면 제 할 일은 끝이예요. 해롤드 조던, 이 서류에 있는 모든 것이 당신이 아는 한 진실하고 정확하다고 단언합니까? 그리고 당신 자신의 자유는 브루스 웨인과의 법적 결합을 끝내려는 욕망을 긍정합니까?" 


"네." 그가 말했다. 


"브루스 웨인, 이 서류에 있는 모든 것이 당신이 아는 한 진실하고 정확하다고 단언하십니까? 그리고 당신 자신의 자유는 헤롤드 조던과의 법적 결합을 끝내려는 욕망을 긍정합니까?" 


어째서인지 할은 손을 놓고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브루스는 할의 손을 다시 꽉 잡았다. "네." 갑자기 목이  꽉 막힌 것 같았다.


"그럼 뉴욕 주의 법에 따라, 이 법정은 당신의 결혼이 해체되었음을 선언하고, 주법 17조에 따라 당신에게 이혼을 허가하는 것에 동의—"


할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나머지 말은 들리지 않았다. 브루스가 할을 잃을 뻔한 게, 서로를 잃을 뻔한 게 얼마나 아슬아슬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그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고, 구조는커녕 11시간을 그냥 날려 보냈다. 순전히 바보 같은 운, 그리고 할의 면역 체계가 지닌 놀라운 회복력 덕분이었다. 그들은 운이 좋았고 그게 다였다. 브루스는 운을 믿지 않았지만, 고작 몇 달 만에 믿지 않았던 것들을 믿는 법을 배우게 됐다. 할은 손을 더 꽉 쥐었고, 놓기 전에 몸을 숙여 브루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합니다." 아드리아나가 말을 끝맺었다. 


"감사합니다." 브루스는 진지한 어조로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시간을 내줘서요." 


"물론이예요." 그녀는 또 한 번의 어리둥절한 눈길을 보내며 브루스의 손을 따스하게 잡았다. "친구를 돕게 되어서 기뻐요. 특히나 이런…중대한 일이라면요. 다음 주 자선 합동 골프 게임엔 여전히 올 수 있죠?"


"당연하죠." 그가 말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왈라스 뉴베리의 골프 게임이 아니니까요." 


아드리아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역경을 함께 견뎌낸 친구잖아요. 월리스가 4시간 동안 9홀에서 버티는 걸 참을 수 있으면, 뭐든 못 참겠어요." 


"그렇다면 이기도록 해 봐야겠네요." 브루스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브루스는 집무실 바깥 고담 연방법원의 붐비는 복도에 잠시 멈춰 섰다. 경비원들과 변호사들, 그리고 소송 당사자들과 반쯤은 혼란스럽고 반쯤은 호전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 아마도 법정과 연관이 있을 게 분명한 - 사람들이 뚜렷한 목적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 수년 전 딕의 후견을 위해 법정에 출두했을 때가 마지막으로 여기 서 있던 때였다. 처음엔 이 복도를 알아보지 못했다. "괜찮아?" 할이 말했다.


"응." 브루스가 말했다. "뭘 좀 먹으러 가지." 


"좋은 생각이야. 간단히 축하라도 하지, 뭐. 네가 사는 거지만. 오늘 아침에 비해 갑자기 거지가 됐지 뭐야.


"끝내주는 파이를 파는 식당이 있는데, 여기서 별로 안 멀어." 


"파이라, 그거 좋지. 스크램블드 애그랑 프렌치 토스트, 베이컨이랑 같이 나오기만 한다면."


"거기 해시 브라운이 괜찮다던데." 


"이상하지, 누가 감자를 아침 식사로 먹을 생각을 처음으로 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뭘 하려는지도 알겠고,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그냥 내 스타일은 아냐. 달걀이랑 감자를 어떻게 같이 먹을 건데? 옥수수죽도 아니고."


브루스는 길을 걸으며 할이 떠드는 소리에 대고 네가 입에 음식을 쑤셔 넣기만 한다면 뭘 망할 달걀이랑 같이 먹든 신경 안 써 라고 대답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이틀 전, 할이 포크를 내려놓고 "그만 좀 할래?" 라고 말한 뒤로부터는 꽤나 민감한 주제였다. 


"뭘?"


"내가 한 입 먹을 때마다 무게라도 재는 것처럼 쳐다보지 말라고. 작작 좀 해."


"안 그랬어. 네가 알프레드의 수프를 조금 더 먹을 순 없나 궁금했을 뿐이야." 


"브루스. 나 잘 먹고 있어. 원래 몸무게로 돌아올 거라고. 진정 좀 해, 그렇게 네가 그렇게 바짝 굳어 있으니까 소화가 안 되잖아. 네 소화기관에도 안 좋다고."


"레슬리한테 다시 한번 상담을 받아보는 게―"


그리고 할은 접시를 옆으로 치우고 냅킨을 바닥으로 던지며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아예 식당에서 나가버린 것이다. 브루스는 이마를 문질렀다. 할이 그만하라고 말하긴 했었다. 사실 두어 번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때때로 그를 집어삼키는 공포에 질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은 스스로가 완전히 100퍼센트 괜찮고, 아무 문제도 없다고 믿었지만, 브루스의 눈에는 항상 보였다. 골반 너무 아래까지 흘러내리는 할의 청바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지치고, 그걸 숨기려 하는 할의 모습. 처음엔 그저 팔 부상일 뿐이며, 팔이 완전히 낫고 물리치료를 다 받고 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단순한 팔 부상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사악한 바이러스가 할에게 무슨 짓을 했든, 몇 주, 혹은 몇 달간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따라서 오늘 할이 주문한 산더미 같은 음식을 보고도 브루스는 침묵을 택했다. 격려하는 말조차 싸늘한 시선을 이끌어 냈다. 브루스는 말없이 할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앞에 놓인 루바브 파이 한 조각을 깨작거리는 척했다.  


"새로 찾아온 가난에 대해 말해보자면," 브루스가 말을 꺼내자 할은 옥수수죽을 먹던 스푼을 완전히 멈췄다.


"그래, 진짜로," 할이 말했다. "불공평하지 않아? 한동안 망할 억만장자였었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게? 독방에 갇힌 채로 양동이에 오줌이나 싸면서 보냈지. 'Millions Dollars But' 리얼리티 쇼 같다고." 


"네가 억만장자를 그만둔 게 내 생각은 아니었잖아." 브루스가 지적했지만, 할은 못 들은 체 하기로 한 것 같았다. 또 하나의 민감한 주제.


"어쨌든," 브루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위자료에 작은 문제가 생겼어." 


"내 위자료라고? 무슨 문젠데? 철통같은 혼전계약서에 서명한 줄 알았는데. 저기, 뒤로 손 좀 뻗어서 보이즌베리 시럽 좀 건네줘. 우리 테이블엔 메이플 시럽밖에 없네."


"그랬지." 브루스가 뒤에 있는 테이블에서 불쾌할 정도로 끈적거리는 병을 집으며 말했다. "내가 급하게 결혼하고 이혼했다는 소식이 언젠가는 언론에 새어나갈 텐데, 너한테 위자료를 짜게 줬으면 이미지가 나빠질 거 아니야. 돈을 후하게 쓰는 것도 브랜드의 일부야."


할이 아무렇지도 않게 프렌치토스트에 칼질을 하는 모습을 보건데,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았다. 브루스는 테이블 위로 봉투 하나를 할 쪽으로 쓱 밀었고, 할은 얼어붙었다. 그렇게까지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게 눈에 보였다. 그것참 오래 못 가는군. 


"이게 뭔데." 주변을 얼어붙게 하는 할의 목소리는 닥터 프리즈도 부러워 할 정도였다. 


"수표야.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우리의 작은 불장난이 밖으로 새어 나갔을 때, 나라는 사람을 덜 끔찍하게 만들어 줄 테지. 네가 쓰고 싶은 대로 써. 제안하고 싶은 게 한두 개 정도 있긴 하지만."


"나도 제안하고 싶은 게 한두 개 정도 있어."


"할. 내 말 들어. 너를 옥죄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재정적 책임이 정확히 월급의 몇 퍼센트를 갉아먹는지 알아. 이 돈을 대신 보내. 대학 등록금으로 쓸 종잣돈이든 뭐든간에 필요한 곳에 쓰라고 해."


할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지금 얼마나 화났는지 알지, 응?" 매우 조용한 목소리. 이것 또한 브루스가 새로 배운 사실이었다. 대부분 할의 분노는 강렬한 총천연색 폭발이었고, 터지자마자 저절로 진화되는 불꽃이었다. 초반의 분노를 맞닥뜨려야겠지만 어쨌거나 견뎌낼 수 있었다. 조심해야 할 것은 그 반대였다. 딛고 있는 땅을 부수고 마그마가 발목을 삼키는, 느릿하게 오래 가는 표면 아래의 분노.


브루스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똑같이 목소리를 낮췄다. "좋아. 진짜 무슨 생각인지 알고 싶어? 기꺼이 말해주지. 지금 우리 관계를 뭐라고 부르고 싶은진 모르겠지만, 뭐든간에 가족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확신해. 이건 가족끼리 해 줄 수 있는 일이야."


"보아하니 내가 다른 고아들이랑 똑같이 너한테 입양된 건가 보군. 내 말 똑똑히 들어, 개자식아. 난 네 복잡한 감정으로 똘똘 뭉친 날개 아래 거두어질 또 다른 아기 울새가 아니야, 알겠어? 이해가 좀 돼?"


"가족이 된다는 게 연민의 대상이 된다는 말은 아니야." 


"우리는 가족이 아니야. 방금 법원에서 뭘 하고 왔는지 잊었어?"


스트라이크를 노리고 한 말이었고, 제대로 들어갔다. 브루스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건," 그가 말했다. "내 생각이 아니었어. 네가 원했던 거지."


할은 몸을 뒤로 기대며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하얀 봉투가 독사처럼 그들 사이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게다가," 브루스가 속마음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며 말을 이었다. "난 법원에서 있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해. 잊어버린 건 오히려 너 같은데." 


할의 눈길이 휙 하고 그를 향했다. 게임, 세트, 매치. 두 사람의 이혼은 그들 사이의 다른 모든 것과 똑같았다. 표면상으론 한 가지지만, 사실은 정반대인. 브루스는 판사의 집무실에서 맹세를 했고, "네." 라는 말에는 의미가 있었다. 할도 마찬가지였고. 그는 지금 그것을 끄집어냄으로써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하지 않는 말을 하지 않은 채로 남겨둘 때 더 잘 풀렸지만, 이건 중요한 일이었다.


할은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의 흐름. 직장인들과 보행자들이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는 바쁜 고담 아침. "그거참 신기하네." 그가 말했다.


"뭐가?"


"너를 사랑한다고 해서 가끔 널 죽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브루스는 씁쓸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단어가 두 사람 사이에서 쓰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할의 용기라는 요소를 어떻게 매번 잊어버린단 말인가. "마찬가지야." 두 가지 모두를 뜻했다는 걸 할이라면 알아들었으리라. 할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봉투를 열었고, 안을 확인하곤 움찔하고 놀랐다. "그렇게 큰돈은 아니라고?" 그가 말했다. "이게 그렇게 큰돈이 아니라는 거야? 이게?"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래. 큰돈이 아냐."


"거지 같은 세상이네."


"내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 와치타워라던가. 리그라던가."


"맞아. 그래도 거지 같은 건 알고 있지?"


브루스는 커피를 몇 모금 더 마셨다. "알아." 그가 말했다.


그들은 잠자코 앉아 있었고, 잠시 후 할은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자 웨이터가 계산서를 가져왔고, 브루스가 손을 뻗는 와중 할이 그것을 낚아챘다. "오늘은 아니야, 이 악마야." 할이 말했다. 그가 쟁반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은 직불카드를 웨이터가 들고 갔다.


"앞으로도 계속 주게 될 선물이야." 브루스가 말했다.


"목록에 넣어둬." 할이 말했다. 


길거리로 나온 후, 센트럴 애비뉴를 막 건너려던 찰나 할이 걸음을 멈췄다. 브루스는 방향을 헷갈린 탓에 주위를 살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음 순간 할이 그의 손목을 움켜잡고는 스쳐 지나가는 보행자들의 물결을 피해 식당 옆 골목으로 브루스를 끌어당겼다. 그는 깜짝 놀랄 정도의 힘으로 브루스의 어깨를 더러운 벽돌벽에 고정시켰다. 저체중이든 아니든, 할의 전투 본능은 제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어째서인지 굉장히 흥분됐다. 


"할 말이 있어." 할이 말했다.


"보다시피, 듣고 있어." 


"내가 왜 이혼하자고 했는지 모르지, 응?"


브루스는 머뭇거렸다. "알아." 그가 말했다.


"진짜 알고 있는 거 맞아?"


"관계를 시작하기엔 불편한 위치잖아. 이해해." 


"불편하든 말든 좆도 신경 안 써. 내가 왜 이혼하자고 했는지 알고 싶어? 난 지금 길게 보고 있거든. 그게 이유야. 알겠어?"


"길게 보고 있다고." 브루스가 되뇌었다.


"그래, 맞아. 그리고 난 해낼 거라고. 우리가 다음번에 결혼을 하게 되면, 제대로 된 결혼을 제대로 치르게 될 거야. 진짜로 원해서 하게 될 거란 말이야. 뒷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브루스는 눈썹을 까닥였다. "어젯밤에 한 소리랑 다른데." 


할은 몸을 뒤로 물린 채 눈을 크게 뜨고 충격에 빠져 브루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왼쪽에 있는 녹슨 금속 쓰레기장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발로 세게 걷어찼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맙소사!" 할이 소리쳤다. "씨발 젠장맞을 맙소사!" 그리곤 브루스에게로 돌아와 얼굴에 대고 삿대질을 했다. 


"맙소사," 그가 말했다. "이 관계에서 입 터는 쪽은 나야, 알겠어? 나라고! 나!"


브루스는 능글맞게 웃었다. "미안." 그가 말했다.


"아주 심각한 순간이었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네가 그냥―그냥 그렇게―완전 무방비한 상태였는데, 또, 또, 게다가―"


"말을 제대로 했다고?"


할의 손가락이 다시금 브루스를 가르켰다. "계속 그런 식으로 굴어 보시죠, 웨인 씨. 어디 한번 해 보라고."


"그러면 어쩔 건데?"


"아주 제대로 화끈한 맛을 보게 될 거야. 조심해." 할이 그에게 입을 맞췄고, 두 사람은 지저분한 골목에서 키스하며 10대들처럼 서로를 더듬고 있었다. 브루스는 그에게 키스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아무리 맞닿고 살갗을 만져도 절대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할의 재킷 밑으로, 셔츠 둘레로 손을 미끄러뜨려 그 아래 단단한 근육을 움켜쥐었다. 그는 할을 붙잡은 채로 자세를 뒤집었고, 이제 브루스가 그를 벽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쪽이었다.


"요 쬐끄만 돔 같으니라고." 할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싫어?" 


"싫으면 얘기해줄게."


브루스는 웃으며 입을 맞췄다. 더, 그리고 조금 더. 어쩌면 이 골목에서 체포당할지도. 할의 입술에 묻어 있는 보이즌배리 시럽. "왜 항상 음식 맛이 나는 거야." 그가 곰곰이 생각했다.


"항상 뭘 먹으니까?"


"같이 집에 가자. 다른 걸 먹여줄게." 


"멘트 치는 실력이 점점 느는데, 응?" 할의 입술이 그의 턱을 스쳤다. "활주로에 가 봐야 해, 자기야.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고." 


브루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이마가 맞닿았다. 그는 뒤로 물러서서 할을 풀어주었고, 여전히 손을 잡은 채 말없이 거리로 걸어 나갔다. 그들은 높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거리를 따라 올라갔고, 브루스의 차가 있는 주차장까지 향하는 두어 블록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브루스는 스스로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맞다," 할이 말했다. "오늘 저녁 잊지 마."


"무슨 저녁?"


"올리랑 디나네 집에서 저녁 먹기로 했잖아. 잊었어?"


브루스는 신음소리를 내며, 할의 손을 놓고 차키를 찾아 뒤적였다. "그만 징징대." 할이 말했다. "알고 있었잖아, 기억 안 나는 척하지 마. 난 그냥 여기서 바로 출발할게. 할 일이 많을 것 같긴 한데, 7시까지는 돌아올 테니까 같이 가자. 그리고 있잖아, 기회가 된다면, 내 다른 항공 자켓을 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세탁소에 맡겨뒀거든. 만약 오늘 밤이 되기 전에 나 대신 가져와 줄 수 있으면—"


"조던, 난 네 아내가 아니야. 네 빌어먹을 드라이클리닝은 스스로 가져와."


따뜻한 녹색 불빛이 터져 나왔고, 할은 차 옆 공중에 떠 있었다. 브루스는 한숨을 쉬었다. 주차장 윗층에 사람이 없긴 했지만 할은 절대로 조심하지 않았으며, 엘리베이터 문은 언제라도 열릴 수 있었다. "그렇고말고." 할은 그의 입술에 대고 중얼거린 다음, 마지막으로 입을 맞춘 뒤 녹색 빛줄기가 되어 하늘로 향했다.




완결입니다! 확실한 캐해석으로 글을 굉장히 잘 쓰시는 작가님인데, 작품 중에 요 픽은 꼭 한번 옮겨보고 싶었어요. 솔직하진 못해도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 공감과 이해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는 할뱃할 너무 좋네요... 1챕부터 자잘하게 전체적으로 한번 수정했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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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오세요 ✧*。٩(ˊᗜˋ*)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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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뱃할/번역] Aliens Made Us Do It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