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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번역] Stellar Explosion 1

Stellar Explosion

EntreNous

Chapter 1




"두 세트를 찍을 거야." 사진 작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짐은 마음속으로 그를 본즈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조명 테스트를 받을 때 이런저런 식으로 자세를 잡으라며 고함쳤던게 묘하게 해부학적으로 상세했기 때문이다. 완벽한 구도를 위해 척골을 어떤 식으로 움직이라고 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지만, 뭐 어때. 잘 찍혔으면 된 거지.


"하나는 컬러로, 하나는 흑백으로 함니까?" 어시스턴트가 조심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곱슬거리는 머리와 큰 눈을 가진 그 어시스턴트는 짐보다도 어려보였고, 본즈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가 하늘의 계시인 것 마냥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꼬맹아. 하나는 대중적인 잡지에 쓸 걸로 여자들 넣어서 찍고, 하나는 '남자'들의 잡지에 쓸 걸로 남자들만 넣어서 찍자는 말이야." 본즈가 손가락으로 인용 표시를 만들어 보이며 투덜거렸다. 그리곤 잔뜩 얼굴을 구기며 남은 커피를 쭉 들이킨 후 재빠르게 카메라 렌즈를 갈기 시작했다. 


"아, 알게쑴니다! 게이스럽게요1!"


짐은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처럼 손을 들고 질문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저게 무슨 소리야? '게이스럽다' 라는 말은 곱슬머리 어시스턴트의 러시아 악센트를 거치니 더 무섭게 들렸다. 조수는 이미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타블렛에 메모를 하곤, 조명을 다시 조절하러 성큼성큼 걸어가는 본즈의 뒤를 쪼르르 쫓아가고 있었다


"어," 짐은 막 도착한 남자 모델에게 어색하게 말을 건넸다. 그는 이미 의상과 메이크업을 마친 뒤 였다. 스팍. 자연스럽게 그 남자 모델에 대한 정보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텅 빈 감정 표현과 우아한 선, 특유의 독특한 헤어스타일까지. 유명 잡지의 1면과 빌보드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다. 스팍은 '스팍'이라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슈퍼스타였다. 그게 한 단어인 마냥, 매번 불안하게 스스로를 '짐 커크'라고 소개하는 짐과는 다르게. 


'게이스러운' 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머릿속을 맴도는 채로, 짐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 그러니까. 괜찮아. 그치?" 짐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기대를 담은 눈빛으로 스팍을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스팍은 프로였다. 이게 평범하게 다들 하는 일인지 아닌지 알고 있을 터였다.


"대답이 필요한 발언입니까?" 스팍이 한쪽 눈썹을 회의적으로 슥 올리며 물었다.


"게이스럽게 찍는다고?" 짐이 불쑥 말했다.


"이 업계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았군요." 메이크업 담당이 분주하게 광대뼈 부분의 메이크업을 손보는 동안 기꺼이 고개를 돌려주며 스팍이 단언했다. 굳이 그 곳에 하이라이팅을 하지 않아도 이 남자는 충분히 끝내줬다. 저런 골격은 패션 에디터들을 황홀경에 젖게 하는 종류였다. "당신이 스카웃된 것이 꽤 최근의 일이라고 추측하겠습니다."


"아이오와에서, 파이크 유니버셜 모델링한테 스카웃 됐어." 말을 마치자마자 짐은 재빨리 인상을 썼다. 완전 순진한 신입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내가 모델일 한지 얼마나 됐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몇 초 후 최대한 관심 없게 보이려고 노력하며 짐이 덧붙였다. "이거 전에도 몇 번 촬영 했었어. 세븐틴이라는 잡지였는데, 스웨터나 파는 별 거 아닌 의류 브랜드에서 1면을 찍었―"


"대중적인 잡지에서 당신을 본 적이 없습니다." 스팍이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이 업계에 새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 나온 사진을 이전에 본 적이 있었겠지요. 눈에 띄는 푸른 눈과 대단히 미국적인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당신의 외형은 수요가 상당했을 것이니 말입니다." 


"음, 듣고보니 새로 들어온 게 맞는 거 같아." 그만 좀 닥치고 쿨하게 있으라며 끊임없이 속으로 되뇌이며, 짐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이 스팍이라는 남자는 자기를 경쟁 상대로 보는 것 같았다. 짐은 첫 메이저 촬영에서 산 채로 잡아먹히고 싶지 않았다.


"두 남성 사이의 성적 끌림을 암시하는 것은, 남성 독자를 주요 타겟으로 하는 잡지에 실리는 광고에 상당히 흔하게 쓰이는 요법입니다." 스팍이 강의라도 하는 것 마냥 설명했다. 스팍이 자기를 무슨 벌레처럼 눌러버리는 대신 도움을 주려 하는 이 상황에서, 짐은 묘한 떨림과 함께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이상하게도, 스팍이 하는 말을 받아적고 싶은 기분이었다. "사진 작가가 묘사하고자 하는 암시에 대해 신경을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어." 짐이 목울대를 넘겼다. "음, 고마워." 


스팍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여보이곤, 막 세트장에 도착한 여자 모델들을 맞이하러 나갔다.


곧 본즈가 돌아오자, 그의 조수 파벨은 장비를 조정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하려고 기다리며 배회하는 직원들에게 본즈의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녔다. 짐은 곧 여기 서서 저길 보고, 뒤로 기대고, 눈을 치켜뜨라는 등의 지시를 받을 동안 마냥 불안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시점이 되자 그는 스팍 바로 옆에 서 있게 되었다. 여자 모델 한 명이 바로 밑에 몸을 쭉 뻗고 누워 있었는데, 짐이 인간에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정도보다 훨씬 더 지루해보였다. 본즈는 그게 끝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완벽해, 베스. 너 지금 완전 죽여줘." 본즈가 그녀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짐, 스팍한테 더 가까이 붙어. 옳지."


본즈가 미친듯이 셔터를 눌러대는 중에 일 초라도 긴장을 놓치면 안 될 일이었다. 게다가 짐의 에이전트는 촬영하는 동안은 항상 '켜져' 있어야 한다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었다. 하지만 짐은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치는 촬영에 너무 정신이 없었고, 마침 스팍이 충분히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 그에게 몇 초간 기대고 말았던 것이다.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스팍이 순간 몸을 굳히더니 곧 짐의 골반을 잡기 위해 손을 미끄러트렸다. 그리고 본즈는 소리를 지르느라 심장마비가 오기 직전이었다. "좋아, 짐. 더 기대. 바로 그거야!" 본즈는 거의 화난 것 같아 보였지만 파벨이 잔뜩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봐선 잘 되어가고 있는 거겠지?


짐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그는 스팍한테 몸을 늘어뜨리고 있었고, 여자 모델들은 옆에 줄지어 서 있었다. 스팍은 짐의 체취를 들이마시는 것 마냥 짐의 머리카락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파벨은 방방 뛰어다니며 세트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정을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고, 패션하우스에서 나온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빽빽히 모여서 열성적으로 속닥거렸다.


그 동안 스팍은 짐 뒤에 바짝 붙어 서서 이끌어주고 있었다. 짐의 팔에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스치듯 내리거나, 독점욕을 내비치며 그의 몸을 짐에게 기대는 식으로. 마치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짐을 보호하려는 것 같은 자세였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게 있다면, 스팍이 촬영 초반에 짓던 거리감 있는 포즈와는 완전 딴판이라는 것이다. 스팍의 열기와 규칙적으로 목을 간지럽히는 숨결이 느껴지자 짐의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짐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있게 서서 본즈가 시키는대로 눈을 반쯤 내리깔고, 스팍이 허리의 잘록한 부분을 손으로 쓸자 엉덩이를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2


"다들 수고했어." 본즈가 외쳤다. 짐은 멍한 채로 몸을 바로 세우곤 스팍이 특유의 뻣뻣한 자세로 되돌아가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을 혼란 속에서 바라보았다.


"아까 진짜 잘하던데." 짐이 곁을 지나치는 순간 본즈가 말했다. "너는 스타가 될 거야, 꼬맹아."


"아까 그건 다 뭐였어?" 아까 함께 촬영했던 여자 모델 중 하나가 짐이 원래의 옷으로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오자마자 물었다.


"음, 모델 일?" 짐이 한 번 던져봤다.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스팍이랑 한 거 말이야." 그녀는 흥미를 담아 짐을 빤히 쳐다보다가 짐이 멍하니 눈만 쳐다보고 있자 고개를 흔들었다. "아, 좀! 너도 스팍이 포즈 잡을 때 아무도 안 만지는 거 알지? 무슨 계약서에 써져 있는 마냥, 여태까지 한 번도 안 그랬거든. 근데 아까 너희 두 명은 거의 엉켜있다시피 했잖아."


짐은 대답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고, 다행스럽게도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전화 좀 받을게." 에이전트의 이름이 뜬 액정을 보며 짐은 자기가 너무 신나보이지 않길 바랬다.


"너랑 스팍이랑 같이 좀 더 찍었으면 좋겠대." 짐이 전화를 받자마자 에이전시가 신나서 말했다. 


"처음 찍은 것도 방금 막 끝났는데요." 짐은 완전히 어안이 벙벙한 채로 대답했다.


"너희 둘이 붙어 있으니까 너무 섹시해. 세트장에 무슨 별이 폭발한 것 같다고 (Stellar explosion) 하던걸! 가능한 빨리 두 사람을 데려오고 싶다는 전화를 벌써 세 통이나 받았어, 지미."


짐은 고개를 들었다가 다른 모델들처럼 떠나기 위해 문가에 멈춰 서 있던 스팍과 눈이 마주쳤다.


"짐, 된다고 말해도 되지?" 에이전트가 소리를 지르다시피 물었다. 


"네, 네. 그러세요." 짐은 재빨리 대답했다.


스팍은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짐을 향해 고개를 까닥해 보였다. 짐의 머릿속은 벌써부터 스팍을 다시 만나는 일로 가득 차 있었다. 







Twitter @DR34MY3Y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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