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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뱃할/번역] Aliens Made Us Do It 7


시작하기도 전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브루스는 한 시간 만에 리그를 소집했고, 클락은 할의 마지막 신호, 즉 브루스와의 통신에서 긁어모을 수 있는 모든 조각을 고정시켰다. 필요한 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클락 뿐이었지만 브루스는 자벨린 또한 출항시켰다. 다이애나와 배리가 동행했고, 올리버는 와치타워에 남아 모든 우주 주파수를 모니터링하며, 가능한 많은 구조 신호를 오아의 위치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보냈다. 절대 알아차려 지거나 답장이 오지 않는 반복적인 신호를.


클락은 할이 브루스와 주고받은 모든 통신을 면밀히 조사하며 할의 위치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 했지만, 두 사람이 알아낸 사실은 브루스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다. 할이 있어야 할 행성은 그냥 그곳에 없었다. 행성이 존재해야 할 위치엔 그저 텅 빈 우주뿐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보호 기술이야." 클락이 말했다. "만약 여기가 신호의 근원이라면―"


"신호의 근원이 맞아." 브루스가 딱 잘라 말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보내는 신호라면, 자네가 잘못 알았을 가능성도―"


"잘못 안게 아니야."


"그럼 이해조차 못하는 기술을 무슨 수로 뚫지?" 


"내가―내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 뭔가 생각해내면―"


"자벨린을 여기 계속 세워두면 적대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서 불필요한 관심을 끌게 될 수도 있어." 다이애나가 지적했다.


"불필요한 관심이야말로 우리가 필요한 것일지도 몰라!" 배리가 말했다. "그냥 여기 주차해놓고 저 개자식들의 관심을 끄는 거지." 


"아니면 우리가 틀렸고,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다가, 할을 찾는 대신 텅 빈 공간에 주차해놓은 걸 수도 있고." 클락이 말했다.


"내 계산은 틀리지 않았어." 브루스가 말했다. "계속 찾아봐야 해.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일련의 교정이 있고, 오아와 연결된 나라 중 가까운 곳을 둘러본다면―할이 이 정도 거리에서도 군단과 연락할 수 있다는 걸 알았잖아, 증거도 있고, 만약 내가 그 신호 패턴을 분리시키면 오아의 위치를 찾을 수도―"


"브루스." 클락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와 합당히 이성적인 표정이 싫었으므로, 그냥 무시했다. 브루스는 잠을 잔 기억이 아득할 때까지 일에 몰두했다. 엿새가 지난 후 자벨린을 타고 사흘이 걸려 와치타워로 돌아갔다. 물자를 보충하고, 와치타워의 데이터뱅크에서 또 다른 일련의 계산에 착수했다. 모두가 일분일초가 흐르는 걸 무시한 채 미친 듯이 일했다.


그러나 브루스는 시작하기도 전에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할은 조던 아웃이라고 했었다. 그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시큼하고 메마른 실패의 맛이 브루스의 입안에 감돌았다. 이제 그 맛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잠자리에 들 것이며, 숨 쉬고 식사를 하고 옷을 입고 볼일을 볼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패였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를 실망시킨 적 없는―뒤늦은 깨달음은 이토록이나 씁쓸했다―할 조던을 실망시켰다. 


조사를 시작한 지 삼 주가 됐을 때, 브루스는 와치타워 스크린에 끝없이 펼쳐진 성도와 계산된 신호들을 응시하며 서 있다가, 이 모든 게 얼마나 헛된 일인가를 문득 깨달았다. 조금이라도 실패를 덜 와닿게 하려는 안쓰러운 노력이었다. 그는 모니터로 다가가 침묵 속에서 스위치를 껐다. 할이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신호를 끊었을 때 그 대가의 무게가 어땠는지 어둠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고통스러운 죽음을 홀로, 그리고 명예롭게 맞닥뜨리는 것. 불굴의 최후.


"용서해 줘." 브루스가 어둠에 대고 말했다. 


그는 물건을 집어 던지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캄캄한 방에 가만히 서 있다가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제타 플랫폼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로 쓰러져 17시간을 내리 잤다―할이 신호를 끊은 이후 최초의 제대로 된 수면이었다. 일어났을 땐 실패의 맛이 여전히 입안에 감돌고 있었고, 브루스는 남은 삶 동안 그 맛과 함께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가 내뱉는 모든 단어가 실패의 무게를 지게 될 것이다. 사라예보에서 제이슨을 실망시켰을 때도 입안에 감돌던 익숙한 맛. 오랜 친구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브루스는 모든 희망과 믿음대로 제이슨을 돌려받았다. 할 조던은 돌려받을 수 없을 것이다. 


와치타워에서 할을 위한 추모식이 열렸다. 엄숙하고 품위 있고 굉장히 감동적이었다―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브루스는 움직이지도, 입을 열지도 않은 채 정면만을 응시하며 올리버가 큰 소리로 흐느끼는 소리와 필사적으로 억누른 배리의 목소리,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애도하는 모습을 봤지만, 그 모든 게 그와는 무관하게 어딘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 같았다. 브루스의 내면은 텅 비어있었다. 그에겐 이 선하고 용감한 사람들처럼 슬퍼하고 애도할 권리가 없었다. 다이애나는 고대의 애도 방식으로써 망토를 들어 얼굴을 가렸고, 클락의 아름다운 얼굴은 아름답게 산산조각난 채 엄숙하고 정중한 추도사를 읊었다. 어느 것도 현실 같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실패만이 현실이었다.


추모식이 열린 밤, 브루스는 케이브로 돌아가서 다시 평범한―자경단이라는 직업이 허락하는 한―일을 하려고 했다. 혹은 그렇게 할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거나. 그는 할이 처음 신호를 보내왔던 바로 그 콘솔 앞에 앉아 있었다.


브루스는 키 몇 개를 눌러 녹화된 피드를 불러왔다. 입을 열지 않은 채,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는 거기 앉은 채 모든 걸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봤다. 총 13시간이나 되는 피드였다. 할이 격리되어 있는 동안 두 사람이 나눈 모든 대화들. 몇 개는 소리를 끈 채―어차피 다 외우고 있는 내용이니까―그냥 보고만 있었다. 브루스는 조용히 앉아 화면에 떠오른 할의 모습이 케이브의 어둠 속 유일한 빛인 것처럼 응시했다. 그의 웃음, 느긋한 미소, 눈썹의 까닥임. 카메라를 응시하는 시선. 종종 흘리는 추파.


잠시 후, 그는 클락이 케이브의 그림자 아래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마 꽤 되었을 것이다. 클락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곧 브루스의 어깨 위로 진정시키는 듯한 손이 올라왔다.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클락의 목소리가 깊게 울렸고, 브루스는 그의 손을 어깨에서 떨쳐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그는 피드를 끄며 몸을 일으켰다.


"브루스." 클락이 말했지만, 브루스는 그를 무시하며 계단으로 향했다. 클락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6주째가 되던 어느 날, 한밤중에 생각지도 못한 전화가 걸려왔다. 





브루스는 병원 문을 밀고 들어갔다. 맥박이 귀와 가슴에서 쿵쿵거리는 나머지 어떤 말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야?" 그가 쏘아붙였다. "어딨어? 어떻게 되가는 거지?"


모든 사람이 동시에 말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벽 세 시에 응급실 대기실 구석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요상한 사람들 가운데 올리버의 목소리가 가장 컸고, 수술 마스크를 쓴 여자는 어떻게든 자신의 말을 전달하려 하고 있었다. "제발 진정 좀 하시면," 마흔번째 올리버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제발 무슨 일인지 말해주세요." 클락이 애원했다.


"그러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가족 외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정보는 한계가―"


"씨발 좀!" 올리버가 소리쳤다. "지금 장난해요? 난 제일 친한 친구고, 내 말 똑똑히 들―"


"내가 그 사람 남편입니다." 브루스의 목소리가 고함을 뚫고 울려 퍼졌다. 올리버가 그를 쳐다보았다.


"뭐시라?" 그가 말했다.


모든 사람이 브루스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브루스는 얼어붙은 모두를 무시한 채 의사만을 쳐다보았다. "내 남편에게 당장 데려다주지 않으면, 내 목소리를 들은 모든 직원을 상대로 수백만 달러의 소송을 건 다음 한 달 안에 병원 문 닫게 만들 겁니다. 알아듣겠어요?"


"지금 무슨―" 올리버가 말했다.


"물론입니다." 의사가 힘주어 말했다. "응급실 방문은 한정되어 있지만, 원하신다면 한 명을 동반할 수 있어요. 저를 따라오시면―"


"클락, 함께 가지." 그는 말했다. "당연히 씨발 쟬 고르겠지." 올리버가 큰 소리로 말했지만, 올리버가 큰 소리로 하지 않는 말이 뭐가 있단 말인가? 브루스는 신경쓰지 않았다―신경쓸 수 없었다. 오직 의사의 얼굴과 살균된 복도만 눈에 들어왔고, 클락이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걸음을 서둘렀다. 그의 심장이 점점 더 세게, 빠르게 뛰고 있었다.


"상태가 어떤가요." 브루스가 거칠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항상 이랬던가? 복도엔 사람들이 스쳐지나갔고, 의사가 생각보다 살짝 빠르게 걷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하는 말을 듣기 위해 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실려왔을 땐 의식을 잃은 상태였어요." 그녀는 말했다. "그렇지만 상태가 상당히 좋아졌고, 안정이 우선순위―"


의사는 계속해서 말을 내뱉고 있었지만, 코너를 돌아 방 너머에 할이 보이자 그 무엇도 들리지 않았다. 할이었다. 정말로 할이었다. 15킬로쯤 빠진 것 같은 창백한 할. 삼각건에 매달린 팔과 덥수룩한 머리와 면도한 지 얼마 안 된 수염으로 그늘진 광대뼈. 그는 번잡한 응급실 침대 가에 앉아 있었고, 방을 둘러보다가 그의 두 눈으로 브루스를 발견하자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여어," 할이 힘없이 말했고, 바로 그 순간 방을 채운 모든 물건과 사람들이 브루스의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브루스는 누굴 밀치거나 밟거나 치웠는지 인식하지 못하며 세 발짝 만에 방을 가로질렀다. 어느 순간 팔에 걸쳐있던 코트는 의자에 널브러진 채 할이 대신 품에 들어와 있었다. 들리는 소리라곤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 미안, 정말로 미안해."라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와 할의 "쉬, 아니야. 괜찮아. 나 여기 있잖아. 이제 다 괜찮아, 쉬이."라는 속삭임뿐이었다. 할의 머리칼에서 병원 소독약과 무언가 뚜렷하게 할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냄새가 났다. 한 번도 이러지 않은 이유가 있었나? 있었던 것 같지만, 그게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이러는 게 맞는 일이었다. 


클락이 두 사람 주변에 커튼을 치곤 바깥에 서 있다는 사실을 흐릿하게 알아차렸지만, 곧 품 속의 할을 제외한 다른 건 느껴지지 않았다―따뜻하고, 단단하고, 살아있는, 정말 충분히 살아있는 할. 브루스는 할이 내쉬는 모든 숨결을 들이쉬었다. "다 좋은데 숨 좀 쉬게 해 줄래." 할이 희미하게 말했고, 브루스는 간신히 웃으며 그를 아주 조금 놓아주었다. 그의 손은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 채 미친듯이 할의 머리카락을, 뺨을, 턱을 스치며 탐색했다.


"저기." 할이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 맞아, 응? 나 여기 있어. 살아남았어. 꼴이 말이 아닌 건 나도 알지만, 맹세하건대 나 괜찮아."


"어떻게?" 브루스는 간신히 말했고, 할은 또다시 특유의 지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확실하지는 않아." 그가 말했다. "거의 내내 의식이 없었거든. 내 생각엔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아. 걔들이 문을 열었을 때 내가 여전히 살아있으니까 내 세계로 돌려보내려고 밖으로 던져버리더라. 말 그대로. 그래서 여기 있을 수 있었던 거 같아. 반지를 제대로 쓸 정도로 회복하진 못해서 기절한 채로 입국하긴 했지만. 반지가 떨어질 때의 충격을 조금 완화시켜준 것 같긴 한데, 부드러운 착륙은 절대 아니었어."


그제서야 브루스는 할이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고, 할은 짧게 웃었다. "그냥 부러진 거야." 그가 말했다. "내 말 믿어, 최근 일어난 일 중에선 그나마 덜 나쁜 축에 속하니까. 그거 알아? 어릴 땐 한 번도 어디 부러진 적 없었는데, 맨날 깁스에 사인받는 애들이 얼마나 부러웠다고. 리그가 깁스에 사인해줄까? 내 말은, 완전 쩔거 아냐. 이베이에 팔면 꽤나 짭짤할걸." 


할은 계속 말하고 있었지만, 브루스는 들을 수가 없었다. 눈에 들어오는 거라곤 할이 전부였다. 그의 얼굴과 피곤한 눈의 광채. 정말로 할의 것인 목소리. 그는 할의 눈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만지려 했지만, 할이 또 한번 손을 잡기 전까진 그러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아마 밤새 검사받느라 붙잡혀 있을 것 같아." 할이 말했다. "여기 있을 거지?"


브루스는 숨 쉴 틈을 남겨둔 채 또다시 할을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할은 그의 이마를 브루스의 이마에 기댔다. 브루스는 질문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달리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말해주는 걸 깜빡했는데." 그는 마침내 속삭였다. "그레이의 오십가지 그림자 속편이 있어."


"지금 농담하는 거지." 할이 그의 어깨에서 웅얼거렸다.


"총 세 편이나 돼."


"세상에나, 했던 말 취소할래. 지금이야말로 방사능 외계 바이러스가 이 행성을 쓸어버릴 때야."


"지구에 온 걸 환영해." 브루스가 말했다. 할의 옅은 웃음소리야말로 그가 느껴본 것 중 가장 달콤하고 즐거운 것이었다.



Twitter @DR34MY3Y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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